멀티 소사 디자이너다

내가 디자인을 시작할 즈음엔 UI, UX, GUI, BX 등의 개념은 고사하고 모바일 환경도 낯선 시절이었다. 그래서 예전엔 ‘UX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대신 ‘디자인이란 무엇인가’혹은 ‘디자이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이 많이 오갔다. ‘화면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람’ 등등, 답도 원론적이다. 그 당시부터 디자인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겠지. 아마도 디자인의 세분화와 관계 없이 어떤 분야에서도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언제부턴가 UI등의 개념이 생겨나고 디자인 영역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나는 UX디자이너다, GUI 디자이너다 등, 자신을 지칭할 때 명확하게 직군을 구별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 것도 잠시, 그걸 또 합치는 듯한 개념이 생겨났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한다. 프로덕트 전반을 고민하고 설계하며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라는 개념이다.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감각과 스킬은 두말할 것도 없겠다. 서비스 알고리즘 설계, 기획력, 마케팅 능력도 갖추었겠지. 넓은 시야도 가졌을 거야.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도 프로덕트 디자이너잖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안하는 게 없는데, 그럼 나 자신을 무슨 디자이너라고 말 해야 할까? 이것 저것 다 한다고 해서 나는 내가 맡고 있는 서비스의 전반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라 말할 수 있을까? 나 또한 회사에서나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작업들이 많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고민하며 의견을 내는 부분들은 생각만큼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조직에서 ‘그건 디자인 쪽에서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이나 해야한다는 발상에 물들어있기도 하다.

디자인 5년차에 ‘저는 웹디자이너입니다’ 라고 말하고 다녔던 때가 오히려 프로덕트 단위로 파고들었단 생각이 든다.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이것 저것 다 한다고 해도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포인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의시간에 있었던 리더의 질문. “당신은 무슨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곰곰히 생각 해 보았다. 내가 자신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GUI디자이너라 말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업무조차 집중해서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이유 있는 이름을 지어 보았다. ‘멀티 소사 디자이너’. 적어도 회사에서는 그러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멀티를 뛰어도 회사에서는 나의 디자인에서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는 어느 분야에서든 목마름을 느껴 더 만족스러운 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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