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이번엔 조금 생소한, 아니 아주 많이 생소한 작가의 책을 읽어본다. 구매한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읽으려다가 어쩌다 보니 장식용(?)으로만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다.

이 책은 겉표지를 보고 구매했던 것 같다. 겉표지에는 베스트셀러라고 써 있었는데, 큐피트의 화살에 꽂힌 남녀가 너무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뭔가 굉장히 독특하고 코믹한 로맨스소설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보니 좀 착각을 했구나. 진짜 엄청난 이야기다. 또한 내가 이 책에게 무례했구나!

나는 그 유명하다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으로는 레스코프의 작품이 처음이다. (사실 뭔들 처음아니겠냐마는)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이게 러시아 문학인가! 정말 강하다 쯔요스기루!!하고 충격을 받았다.
일단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므로 찾아보기로 하였으나, 그다지 많은 정보는 없었다.
니콜라이 레스코프 (Nikolai Semyonovich Leskov ,1831.2.16 ~ 1895.3.5)
링크는 아래와 같다.

http://terms.naver.com/entry.nhn?cid=40942&categoryId=34427&docId=1087726

레스코프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이 책 뒷부분에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 레스코프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강한 사람이었다. 중등학교때 문제가 있는 교육환경에 불만을 품고 학교를 그만두었으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 러시아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신문에 실었다가 많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설에도 정치색이 담겨있어 묵살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지 관리 일을 하면서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기 때문에 최고로 크리티컬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쌈닭」
두 가지 모두,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책장이 마구마구 넘겨지면서 절정에 다다르다가 아악! 하고 결말을 보게 되는 급진적인 구성이었다.


1.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원제목은 무첸스크 군의 맥베스부인이다.
일단 이런 내용은 처음이라고 할까; 약간 뭐랄까 컬쳐쇼크라고 할까.
러시아 문학이 이런 스타일인지 아니면 이 작가 스타일이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굉장히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이..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뭐랄까…아침드라마 느낌이었달까!ㅋㅋㅋㅋㅋㅋㅋ
굉장하다 스고이! 스토리의 엄청 빠른 전개! 이런 전개는 처음이야.

그런데 이 작품이 알고보니 굉장한 작품이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가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오페라 공연을 해 왔다는 기사를 보고 마치 이 소설은 단지 원작이 아닌, 이 공연의 시나리오이자 대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페라의 제목은 「레이디 맥베스」, 1930년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하여 1932년에 완성하였고 이후 1934년 말리 극장 초연을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고 한다.
전혀 모르고 읽었는데, 이런 유명한 원작소설이었다니 나 지금 매우 영광스럽다.
이미 오페라로 내용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줄거리를 간략히 써 본다.

귀족이 되고 싶어 부잣집 상인과 결혼한 카테리나 리보브나 부인과 하인 세르게이의 불륜 스토리인데 정말로 스펙타클하다.
부유한 상인과 결혼은 하였으나 사랑하는 감정 하나 없었고 남편이 항상 곁에 없었기에 무료한 삶을 살던 리보브나가
어느날 젊고 혈기왕성한 세르게이와 불이 붙어 노골적인 불륜을 벌이기 시작한다.

부유해지고 싶은 욕망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사랑에 빠져본 적 한 번 없던 리보브나가 남편이 없는 사이 세르게이와 사랑을 맛 본 뒤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빠져들고, 둘의 사랑 때문에 시아버지와 남편을 차례로 죽인다. 주변사람들의 수근거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하루하루를 즐겨대며 이제는 아무도 둘을 방해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어느날 남편의 어린 조카가 재산 상속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아이까지 죽인다. 정말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전개다. 주변 인물들에게 둘의 불륜사실과 살인현장이 발각되었을 때도 너무나 담담한 리보브나의 사이코같은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둘은 함께 감옥에 가지만 이제 재산도 모두 잃고 더 이상 자기에게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 세르게이는 감옥에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리보브나는 세르게이에게 배신감을 느껴 결국 죽음을 택한다.
그런데 이 죽는 장면 또한 남다르다. 리보브나가 세르게이의 새 애인을 데리고 함께 볼가 강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레스코프는 이 장면을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둥실 떠올랐다가 그 뒤론 그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묘사한다. 정말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표현이었다. 놀라움…그보다…무섭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굉장히 디테일한 사건 묘사.
추악하고 비현실적이지만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선 재연드라마를 보면 몇만분의 1정도로는 일어날 법한 범죄의 구성이었다고도 생각된다. (예를 들면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 이라든지 하는 그런 재연드라마같은 걸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이들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범죄스릴러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2. 쌈닭

이 작품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작품 전체가, 돔나 플라토노브나가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것을 ‘나’라는 1인칭의 화자가 계속해서 듣기도 하고 다음 내용이 전개될 수 있도록 맞장구를 쳐 주기도 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개인의 구어체를 그대로 표현한다는 ‘스카즈’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라 하는데, 번역본이어서 잘 모르겠지만 실제 원서의 내용을 보면 이야기를 하는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 책의 번역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돔나 플라토노브나와 화자는 가벼운 친구사이이다. (러시아 소설 정말 사람이름 어렵다. 쌈닭에서는 이름이 비슷한 여자가 세 명이나 되는데, 성이 같은 것 같다. 다행히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주요인물이 아니었다) 돔나 플라토노브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다.

부잣집 남편에게 버림받은 처자가 있었다. 남편이 굉장한 바람둥이였는데, 이 처자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바람은 용납이 안 되면서 본인의 바람은 허용되는 이상한 여자다. 그럼에도 남편을 돌아오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이 처자를 돔나의 집에 머물게 하고 어느 돈 많은 장군과 하룻밤을 보내 돈을 받았으나 결국 남편에겐 버림받고 돔나와 처자의 사이도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기가 젊었을 때 마부 사기단에게 걸려 가방을 잃어버린 이야기도 하는데, 가방 잃어버린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이다.

마지막 이야기가 너무 충격이었는데, 아주 젊었을 때 남편을 잃고 사랑따위 필요없었고 사랑할 겨를도 없던 돔나 아줌마가, 아들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 남자가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에 잡혀간 것을 돔나 아줌마가 너무나도 걱정하였다. 돔나는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뒤 몸이 쇄약해져 숨을 거두었는데, 죽기 전까지도 그 젊은 남자를 위해 기도했고, 자기가 사 둔 잼을 그 남자에게 가져다 달라는 유언으로 생을 마감한다.
러시아의 여성상을 레스코프는 12개의 유형별로 나눠 소설로 쓰려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작품에서 추악한 욕망에 사로잡힌 리보브나와 수더분한 돔나 플라토노브나 라는 두 성향에서 차이가 있지만, 강한 성품과 정열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름돋는 것은, 작품 맥베스부인 속 살인에 관한 내용이 레스코프가 작가로 활동하기 전에 고향에서 일어났던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것이다. 며느리가 70대 시아버지의 얼굴에 끓는 납을 부어 살해한 사건이었는데, 체포되어 처형당할 때 군중들은 이 며느리의 미모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비현실적이지만 결코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굉장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이야기인 것이었다.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진정 러시아 문학을 알고싶다면 레스코프의 소설을 읽어봐야 한다고, 정작 러시아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러시아 문학 중 가장 러시아다운 문학이라 한다. 톨스토이가 미래의 작가라며 극찬한, 언어의 마술사이며, 특히 ‘스카즈’ 라는 문체 기법(개인의 구어체를 그대로 책에 구사하는 방법. 이 책 속의 두 번째 작품인 ‘쌈닭’에서 주인공 돔나 플라토노브나의 끊임없는 수다에 쓰인 기법이라고 한다.)을 아주 잘 사용한 작가라고 한다.

그의 작품 중, 벼룩의 발에도 발굽을 박을 수 있을 정도의 천재 대장장이 이야기인 「왼손잡이」를 꼭 읽어봐야겠다. 어떻게 벼룩을 가지고 글을 쓸 수가!! 그런 소재가 있을수가!!

레스코프의 결말 묘사는 정말 최고인데, 왼손잡이는 또 어떤 결말을 보여줄 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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