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보복 대행 전문이라니, 세상 쓰레기들을 응징한다니! 구미가 확 당겼다. 요즘은 참.. 응징할 쓰레기들이 한 둘이 아니다. 뉴스나 SNS에서 접했던 ‘인간쓰레기’놈들을 제발 응징해 주길 기대하며, 서슴없이 구매하였다.

오래전 「하악하악」 을 읽었을 때, 뭔가 마음을 확 휘어잡는 상쾌한 기억이 조금 남아 있다. 작가의 스타일이 그러하다면 그때의 시원함을 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페이지가 아주 술술 넘어가던지 두 권짜리 장편 소설을 금방 읽어버렸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현실에서도 사이다였으면.

화천은 나에게 아주 친숙한 곳이다. 외가댁과 큰댁이 있는 곳이어서 어렸을 때 자주 갔었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장소들을 어설프게라도 상상하면서 읽었다. 글을 읽는 나도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아 행복했지만, 실제로 식물과 함께 지내면서 이 글을 썼을 작가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얼마 전 SNS에서 “항암 완료” 소식을 전하는 작가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이런 신나는 책을 내셨다는 것에 존경의 의사를 표한다(작가도 이 책을 굉장히 빨리 썼다고 이야기하였다). 화천이라는 곳과 이 소설을 쓰는 과정은 분명 작가의 건강을 되찾게 도움을 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참 신기하다. 풍자 소설,이라기보다는 ‘잡학사전’이라 말하고 싶어진다.
나무와 꽃, 물고기, 낚시 등.. 어마어마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책을 읽고 나면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가도 심심하지 않을 것이고,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한적한 시골 숲 투어를 하고 싶어지며, 그냥 지나쳤던 나무도 한 번 더 올려다보게 될 거다. 바로 지금의 내 기분이 그렇다. 특히 고령의 거수님들이 등장하여 연륜이 묻어나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다. 울릉도 도동항의 향나무는 나이가 2000세가 넘는다고 한다. 또 너무나 좋아하는 용문사 은행나무도 등장한다. 그 밖에도 희귀한 식물의 이름이나 특징, 꽃말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의 잘못을 피해 가는 자들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행태까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보통은 기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게 전부인 데다, 가짜 뉴스까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진상 규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주인공은 식물과의 채널링으로 쓰레기들에 대한 정보를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잘못을 지켜봐 온 나무부터 천년이 넘는 거수님들까지, 모든 식물들이 힘을 모아 사회의 쓰레기를 응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한다. 쓰레기들은 빼도 박도 못 하는 것이다. 아, 특히 대국민 응징을 받았으면 하는 그 쓰레기 놈이 나올 땐, 모든 나무들의 힘을 모아 염사를 해 주기를 바랐다. 소설에서? 아니 실제로 ㅋㅋㅋ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진짜로 너무너무 어른 같은 주인공이 겨우 서른 살이라는 것이었다. 서른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노숙한 이미지를 풍겨서 감정 이입이 조금 덜 되었던 것 같다. (최소 40은 돼 보였음. 가끔 이외수 작가 같은 연배로 느껴지기도 했다.) 거기에 주인공이 좋아하는 세은은 20대였고 주인공과 동갑인 박태빈 검사는 몹시도 아재 개그를 한다.

식물은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실은 식물들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사람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식물 앞에 서면 겸허해진다는 말을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숲 속을 떠올려 보았다. 햇살이 비치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 강원도 홍천 수타사로 들어가는 호숫가. 그런 곳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을 읽는 곳은 보통 만원 지하철이다. 숲이라고는 거의 볼 수 없는 삭막한 곳에서 매일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방해하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을 때, 잡생각이 모두 달아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조용한 숲 산책로를 걸으면서 책을 읽거나 가만히 나무를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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