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채식주의자

크레마로 읽는 첫번째 책!!!!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이 있진 않았다. 그저 크레마 단독 구매보다는 세트구매가 나름 이득이라 구매했으니 읽어보기로 했다.

한강 – 채식주의자. 전자책으로 흑백 화면을 보니 더욱 우울하다.

이 책은 생각보다 빨리 읽힌다. 소설이 재미있어서인지 크레마 덕인지,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책장이 더 빨리 넘겨진다. 사실 채식주의자 라는 제목을 보고는 책 내용이 이렇게 어둡고 무거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면서도 초반엔 왠지 공포감을 주는 장면들이 많았다. 어떤 꿈을 꾸고난 후 고기는 물론이고 고기로 맛을 낸 국물조차 먹지 못 하게 된 영혜의 이야기. 이런 영혜를 바라보는 세 명의 시선이 있다. 그 시선으로 이 작품이 세 개로 나눠지는데, 첫번째는 남편의 시선 (채식주의자), 두번째는 형부인 인혜의 남편의 시선(몽고반점 ), 세번째는 언니 인혜의 시선(나무 불꽃)이다. 책의 맨 뒷장을 보면, 채식주의자는 ⌈창작과 비평⌋ 2004년 여름호, 몽고반점은 ⌈문학과사회⌋ 2004년 가을호, 나무 불꽃은 ⌈문학 판⌋ 2005년 겨울호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2007년에 책으로 발매 되었고 2009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에 이슈화가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어했던(아니 그보다는 신경쓸 일이 생기는 게 귀찮으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하고 싶었던) 남편은 어느 날 이상하게 변해가는 아내 영혜를 보고는, 영혜를 버리고 이혼을 선택하여 도망쳐 버린다. 영혜의 형부는 아내가 자기의 동생에게 20살까지 몽고반점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적+예술적으로 흥분하여 자신의 예술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영혜의 언니 인혜는,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아서 점점 앙상해지는 영혜의 모습을 보면서 고통스러워 하다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겉표지의 나무는 그저 평화로워 보였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첫페이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정말 공포스럽다. 저 나무들이 영혜로 보이고, 또 저 타이포는 무엇인가!!!! 영혜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단계까지 와 버렸다. 음식물은 전혀 입에 대지 않고, 병원에서 관을 통해 미음을 넣어주면 여지 없이 토해버린다. 꿈을 꾸고나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점점 미쳐가는 영혜의 마지막 모습은 식물과도 같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 하는 정신병보다도 무서운, 영혜의 마지막 모습.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영혜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상처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언니 인혜도 마찬가지다. 또, 부모님도, 주변 인물들도 트라우마가 있어 보였다. 상처는 매우 컸고 모든 것을 견디며 평범하게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자신들을 더욱 미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실 책에 나온 모든 이들이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니었다고 느꼈다. 영혜는 마음 속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꾹꾹 참아서 결국 속병이 난 게 아닐까 싶었고, 남편은 영혜를 아내로 생각했던 것인지 가정부 로봇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지극히 개인주의적 인간이었다. 형부는 성과 예술 사이에서 헤매는, 말할 것도 없는 미친 예술가였으며, 인혜는 장녀의 삶 때문에 본인이 지고 있는 짐을 사실은 다 피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고 했다. 읽는 내내 화가 났고 답답했다. ⌈나무 불꽃⌋에서는 정말 속이 갑갑…했다. 나또한 장녀라고, 인혜에게 감정 이입을 했던 것 같다. 동생의 아픔과 자신의 아픔과 트라우마, 그저 남들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아보려는 행동들, 그러다 아들 지우를 숲속에 버리는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부분까지…..동생이 절망적인 상황까지 오게 되었지만 현실에서 결코 없는 판타지는 아닐 것이었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 ⌈나무 불꽃⌋ 이었다. 정말 탁한 회색빛의, 어둡고 우울하고 추악하고 야하고 무겁고 슬픈 소설이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상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들어본 적도 없고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충격에 빠졌다. 도대체 어떤 작품성이 있길래 상을 받은 건지 나는 책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다. 이런 내용이면 상을 받는 것인가!! 만약 상을 받기 전에, 혹은 2007년에 신간 소설로 발매되었던 시기에 읽었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적어도 왜 상을 받은 거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 물론 지금은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받은걸까!!!!! 내가 아무리 책을 읽는다 한들 모를 것이여…역시 책의 세계란 심오해….
심지어 책의 뒷부분에는 작품에 대한 해설이 나오는데, 해설도 어렵다. 그 해설을 해석해야 할 지경이다. 차라리 시원시원하게 이 책을 읽고 머리에 전구가 밝혀졌으면 좋겠건만, 정말 어렵다……이렇게 또 하나의 어려운 책을 읽게 되었다.

세상에서 ‘행복하다’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얼마나 될까? 자기 만족으로 행복해하거나, 남을 도우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남을 불행하게 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여 그 사람의 행복할 권리를 빼앗는 사람도 있다. 또는, 행복해지고 싶지만 언젠가 받았던 커다란 상처로 인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오히려 사람이기 때문에 불행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평범한 삶조차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인혜가 대변해주고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나는 얼만큼 행복했는지, 얼마나 하루하루 무사히 잘 살아왔는지 새삼 돌아보았는데, 정말 1분 1초가 행복이었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곁에 있는 사람들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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