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종의 기원

멋모르고 읽었다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나 하면서도 끝이 궁금해 놓을 수가 없었다. 한숨이 푹푹 나왔다. 이렇게 공포감이 며칠 동안 이어지고 있다니.

정유정 – 종의 기원

정유정 작가는 인간이 갖고 있는 ‘악’이라는 본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소설 속 한유진을 “작가 자신”으로 생각하며, 치밀하게 조사하고 심리를 분석하여, 하나의 존재로 느껴질 때까지 수정하고 뒤엎어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유진의 행동들을 보게 된다. 질문에 대한 대답 한마디조차 일반적이지 않았다. 무의식 속 악을 점점 더 크게 뿜어내는 모습을 표현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너무 소름 끼쳤다. 작가마저 무서워졌다. 이런 악한 사람을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고 있다니.

그러나 작가는 “인간은 누구나 심연에 악이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악의 불씨에 어떻게, 어떤 경로로 불이 붙을지가 문제인 것이다. 소설 속 한유진의 악함은 상상도 못 할 수준이었지만, 악이란 꼭 완전히 관계없는 남의 일일까. 한유진을 보고 미친놈이라거나 사이코패스라며 이런 놈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 빨리 죽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내 모습도, 돌아보면 악의 일부분 아닌가.
소름.

한유진은 피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깬다. 자신의 온몸이 피범벅으로 굳어있었지만 도무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래층으로 내려간 순간, 죽은 채 발견되어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한다. 무슨 일인지 본인도 알 수 없어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끝에, 자기 자신이 있었다.

어머니를 죽인 이유는 어머니의 ‘일기인지 메모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일기장을 보기 전까지 나는 유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어린 유진이가 햇빛을 오래 쬐어 쓰러지는 첫 장면에서, 정말 약한 아이구나, 하는 동정심부터 갖고 읽어나갔기 때문이다. 병 때문에 약을 먹어야 했고 약을 먹이는 어른들은 나쁘고 이런 생각이 계속 쌓이고 쌓이다가, 어머니의 일기(어머니가 썼다고 보기엔 너무 세련된)를 읽으면서 점점 오해가 풀리고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사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모두, 주인공 한유진이다. 모든 스토리를 본인의 시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유진이 말하는 한유진은 이렇다. “나는 죄가 없고, 어머니와 이모에게 휘둘려 지내온 나약한 존재이며, 사랑받지 못 하는 둘째 아들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한유진을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이자 작가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노력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내(유진)가 불쌍해 보이도록, 나(유진)에게 동정 표를 주도록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나왔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이해했던 나의 마음이, 반전 아닌 반전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악할 수가 있을까?

추격자 O.S.T

무슨 음악을 들으면 감정이입이 될까 고르다가 눈에 띈 추격자 OST. 소름 끼치도록 이 소설과 어울렸다. 추격자를 보고 일주일 동안 잠을 잘 못 잤었는데,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다. 소설판 추격자야 뭐야….. 이 음악을 들은 건 책의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리기엔 대성공이었지만, 너무 뒤끝이 심하다. 실수였나.

하지만 지금 리뷰를 쓰면서 또다시 이 음악을 듣고 있다.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리뷰를 쓰려고 택한 방법인데 또 아차 싶다. 무서움을 즐기는 내가 무섭다. 그..그그럼 음악 빨리 끄고 오늘의 북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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