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대통령의 글쓰기

북리뷰를 통해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서 글을 완성해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고, 겨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이런 작은 글을 완성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대통령이 전할 공식적인 메시지는 얼마나 공을 많이 들여야 할까?

이 책은 타이틀 하나로도 충분히 위엄을 느낀다. 대통령의 메시지 하나로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만큼, 어떤 글도 허투루 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라는 직업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이 책에 눈길이 가게 된 계기는, 문장 하나를 제대로 말하지 못 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파면당한 전 대통령을 비판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분이 말을 하면, 세상 부끄러웠다. 일단 기본적으로 써 주는 것만 읽었다. 심지어 써 주는 것도 제대로 못 읽었다. 읽으면서 딴 생각을 하나 싶었다. 문장 한 개가 너무 길어서 요점이 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질의응답이란 게 사라졌다. 이 나라의 사건 사고들이 죄다 남 일인 양 행동했다. 논리적으로는 표현이 안 되니 괜히 제스처만 커진다. 글이나 생각이 ‘완전한 본인의 것’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이 말을 하는 걸 보면 숨이 턱턱 막히고 할 말을 잃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동안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이 책을 읽었다. 글쓰기란 이렇게 하는 것이란 말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독서도 타이밍이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본인의 스타일대로 글을 쓰면 본인 글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내가 편하게 글을 쓰는 것은 얼마나 쉬울까 생각해 본다. 역으로, 내가 쓰는 글 하나도 쓰기 어려운데, 남이 되어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그래도 작가는 이야기한다. 대통령과 함께 지내면서 단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었다고. 대통령의 인간미와 품위, 도덕성까지, 나 역시 책을 통해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많이 배웠고, 그리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뭉클하기도 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보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것 같다. 대통령이 대통령다웠던 시절들…..

책을 읽고 북리뷰를 쓰는 동안 해가 바뀌었다. 그 사이 박근혜는 파면당했고,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 문장을 외우듯 취임 선서를 하고, 취임사의 문장 하나하나를 간결하게, 포인트를 집어 내어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의 체증을 싹 소화시켜주었다.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들에 감동을 받는 하루하루,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설레고 행복하다. 책으로 답답함을 푸는 것보다, 나라다운 나라를 보는 게 진짜 사이다였던 것이다.

오늘의 북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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