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인간실격, 사양

인간실격

인간이 이렇게까지 자기 비하를 할 수 있을까? 서점에 들러 손에 잡히는 대로 구매했지만, 읽고 나서는 약간 후회가 되기도 했다. 나도 한참 우울한 상태인데, 감정이 고조되고 말았다. 바닥의 바닥까지 치고 나면 새 출발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요조는 그러지 못 했다. 태생이 자기 사랑 따위 없는 사람이었다. 극단적으로. 바닥 중의 바닥의 끝에 있는 마그마를 보고 싶다면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진짜 최악으로 우울할 때 보면서 ‘아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든가 ‘이제 다시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버려야지’ 등의 생각을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까.

측은지심일까, 그냥 한심한 걸까. 요조의 수기를 보는 동안 계속해서 숨이 막혔다. 요조는 악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연약한 인간이었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겉으로 인기인인 척할수록 마음속의 자신은 한없이 작아진다. 마음과는 달리 몹시도 쾌남 역할을 하니 온갖 여자들에게는 인기를 얻는다만, 속으로는 모든 인간을 두려워한다.

요조의 기록은 너무나도 구구절절했다. ‘구질구질’이 나으려나. 남에게 하지 못 하는 속 이야기를 아주 몽땅 쏟아낸 듯했다. 보통 자기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변명의 내용들로 가득해 보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세세하게 쓰여있었다. 설명충이란 이런 것 같다. 아마도 그렇게 해야 스스로 답답함이 풀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조가 써 놓은 노트를 가지고 소설을 만들게 된 장면이 ‘후기’에 쓰여있다. 마지막을 보면, 주변인들은 요조를 겪으면서 그가 아주 착한 사람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장면이 마담의 대사를 통해 비춰지고 있었다. 결국 요조 자신만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없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던 것이다. 여자에, 마약에 취하고 결국 하나뿐인 친구와 집사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간 실격’, 마지막에 요조가 자신을 이렇게 칭했다

한 번 우울해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 하는 사람.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해 망상은 커져만 간다. 스스로 피로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내 친구가, 내 가족이,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우울증이 시작된다면 나는 곁에 붙어서 어느 정도 위로를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요조의 경우는 너무 극단적이라 도망 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게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니. 으 나에게 긍정 에너지를 주쎄요!!


사양

‘귀족 집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아하다. 고풍스럽다. 서민의 생활을 모른다. 아아, 그러하다. 그러는 나도 귀족 생활이라는 건 뭔지 도무지 모른다만, ‘사양’에 나오는 이 가족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떤 일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돈이 없으니 어머니는 가즈코에게 남의 집 가정부 일을 하라고 하고, 가즈코는 완강하게 거부한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고. 지금은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지 않는다. 별장에서 돈은 점점 떨어지는데 일 할 생각은 하지 않으며, 갖고 있는 옷이나 장신구를 팔아서 생활한다.

어머니는 병에 걸려 돌아가시는데, 외로움과 쓸쓸함 때문에 걸린 병이 아니었을까. 동생은 마약중독을 이기기 위해 알코올 중독으로 바꾼다. 가즈코는 집안 상황이 최악인 가운데 유부남 우에하라 씨를 짝사랑하게 된다. 그것도 마약 중독인 남동생에 대해 상담하다가 충동적인 키스 한 번으로 점점 그 남자에게 빠져든다. 가즈코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변명에 지나친 것이었다. 그건 답장도 없는 우에하라 씨에게 보낸 편지들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머니의 생명이 위태로워, 하루하루 고비인 나날이었다. 그때 가즈코가 한 생각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빨리 그 남자를 만나러 가야겠다’ 진짜 미쳤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사랑 혁명을 하겠다며 우에하라를 찾아 헤맨 뒤 겨우 만남이 이뤄졌는데,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우에하라는 가즈코를 천대한다.

가즈코가 우에하라와 향락을 즐기던 날, 가즈코의 남동생은 자살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는데, 가즈코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진 것을 마치 미션을 클리어 한 듯 좋아하고 있었다. 나오지를 떠나보낸 지 불과 한 달이 됐을 때였다.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는 사람은 가즈코의 동생 나오지였다. 귀족의 삶이 싫었던 그는 서민적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난폭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본심이 아닌 행동을 하며 힘에 겨워 마약과 술에 의지했던 것이다. 유서를 보면 나오지는 너무 착하고 연약한, 누나와 어머니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해설서를 보면,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를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책의 해설을 먼저 읽고 나서 내용을 읽어갈 걸 그랬다. 다자이 오사무가 얼마나 비극적인 인간인지 나중에야 알았다.  실은 이 모든 책의 내용이 다자이의 실제 이야기를 응용해 쓴 것이라 한다. 다자이는 39세의 나이에 네 번의 자살시도가 미수로 그쳤고 다섯 번째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세상이 그렇게까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가? 가즈코도 요조도 세상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괴로움에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소설로 쓰면서 무엇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고통은 상상을 못 하겠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화나거나 슬픈 일도 사라지곤 하는데, 결국 죽음을 선택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우울함이었다. 두 번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세상 밝은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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