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28

정유정 – 28

독서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왠지 오래 걸렸다. 종의 기원을 읽을 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집중됐는데, 28은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런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긴박한 사건들 여러 개가 계속되고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영화인가, 드라마인가. 마치 한 회차를 보고 난 뒤, 다음 회를 기대하는 것처럼 기다려지면서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이 비참하고 무서운 사건들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미치도록 힘들게 했다. 28일 동안 읽는 느낌이었다.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재형, 한기준, 김윤주, 박동해, 노수진, 링고, 스타, 쿠키 등. 개 장수의 집에서 괴질이 시작되었고 급속도로 병이 퍼지고 병에 걸린 사람들은 죽고 개들은 살처분 당했다. 전부 3인칭 시점이라, 사건을 함께 겪는 기분이었다.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은데, 각 주인공들마다 점점 힘겹게 사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다. 제발 제발, 악몽이 빨리 끝나게 해 달라며, 끌려다니며 다 읽었다. 굿모닝 FM 노홍철입니다의 한 코너였던 ‘세계문학전집’코너의 마지막 방송에 작가 정유정 님이 출연했었다. 개 학대에 관련된 내용을 쓰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사건들이 있었다. 미친 속도로 퍼졌던 무서운 병 메르스, 정부에게 외면당했던 세월호 참사, 권력에 의해 고립되고 오랫동안 숨겨졌던 광주 민주화 운동. 인정하고 해결하면 빠르게 끝날 것을, 숨기고 외면하고 떠밀면서 늦어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커진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했던 것은, 아마도 이런 사건들과 이 책의 내용이 결코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숨 가쁜 시간은 이제 끝났다만, 아직도 멍하다. 왜 이렇게 끝난 건지. 한숨이 나온다.
곡성을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이 책과 함께, ‘7년의 밤’도 구매했는데, 잠깐 다른 가벼운 책들부터 읽고 다시 손을 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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