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CON 86 – Airbnb Design System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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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디자인, 개발팀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디자인시스템이라 명명할 수 없고 다져지지도 않은 상태지만 체계적이고 명료한 가이드가 제공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건 모두의 최종 goal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굉장히 섬세하게 짜여있다고 생각했던 Airbnb 디자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에어비앤비 디자인시스템 팀을 총괄하는 한유진 디자이너가 스피커를 맡았다. 총 세 번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는데, 단어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유익했다. 나에게 맞는 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던 것 같다. 디자인 시스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왜 디자인 시스템이어야 하는가

‘디자인 시스템을 갖추면 좋을 서비스’란 어떤 것일까. 제품의 서비스 채널이 점점 다양해지고, 빈번하게 마이너 단위로 개발 업데이트를 하는, 내가 맡고 있는 서비스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오늘 이 컨퍼런스가 공감갔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개발 사이클이 빨라진다는 건 버그 개선 등 패치할 게 많다는 뜻이겠지만, 고객의 목소리에 맞게 서비스 제공자가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업데이트할수록 나아진다면). 유저들의 안목도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점점 기대하는 바도 커지고 있다. 디자인 또한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 따라서 더욱 빠르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규모가 크고 다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덕트가 디자인 시스템을 갖는다는 것은,

  • 어떤 채널에서도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 언제든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 빠른 속도로 고객의 니즈에 응대할 수 있다는 점
  •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
  • 사용자의 통점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을 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다.

‘디자인 시스템은 제한적이다, 유연하지 못하다’ 등을 단점으로 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서비스 규모가 크다면 디자인 가이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컨텐츠의 특성이나 개성을 나타내거나 시각적으로 변형을 주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고, 그걸 표현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공통 컴포넌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걸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통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수가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었다. 이같은 문제점은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커스텀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컴포넌트를 제작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 
에어비앤비도 Core Library / team Library 로 나누고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컴포넌트에 관해서는 공유를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디자인 시스템은 ‘재사용’하려는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든 지혜롭게 해결할 방법은 있으므로, 단점이라 오해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커버가 가능하다.

이렇게 복잡한 협의 과정을 거치고 많은 고민을 통해 완성되는 탬플릿들은 개발 단계에서도 파운데이션이나 컴포넌트의 네이밍 등 동일한 코드 규칙으로 만들어져야 비로소 ‘디자인 시스템’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간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위 페이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왔다. 첫번째 세션에서 가장 와 닿았던 페이지였다. 조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응집력 있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정해진 소수 팀의 헌신으로는 절대 완성될 수 없다는 것. 충분한 소통이 있지 않다면 디자인 시스템은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 시스템 관련 글을 읽거나 컨퍼런스에 다녀오면 늘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하하. 더 노력해야겠다.

에어비앤비 디자인 시스템 케이스 스터디

에어비앤비의 디자인은 한 사람이 디렉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품이 복잡해지고, 팀의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그들은 급속도로 확장되는 서비스를 커버할 수 있도록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느꼈고 2016년 1월, 작은 디자인팀 규모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기존 디자인은 웹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는데, 당시에 모바일 부킹 수가 폭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바일 우선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해당 작업은 스크린샷을 모두 찍어서 플로우별로 나열 하고 공통적으로 적용할 요소를 분석해보는 것으로 출발했다.

새로운 비주얼 스타일을 적용하는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있었다. ‘접근성
, accessibility’이었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메인 컬러인 *RAUSCH 컬러는 명도 대비가 3.1:1로, 최저 허용치에 겨우 달하는 수준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타켓이 굉장히 다양하고, 그중에는 장애를 가진 유저도 많이 있을 것이므로, 단지 그들 뿐 아니라 모두가 이용함에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접근성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개선하였다. 그래서 라우쉬 컬러 대신 청록 계열인BABU 컬러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로써 컬러 대비는 4.5:1 정도로, 누구나 보기 편해졌다. 현재는 메인 컬러보다 명도 대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브컬러를 이용하여 사용성을 개선한 상태이나, 이후 컬러 사용에 대해서는 메인 컬러를 사용하면서도 접근성을 준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브랜드 팀과 함께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dls-foundation
이미지 출처 https://airbnb.design/building-a-visual-language/

에어비앤비 디자인은 머터리얼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나 iOS의 HIG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전혀 색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여러 분야로 확장되다 보니 머터리얼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나 HIG만으로는 일관적인 디자인을 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한유진 디자이너가 말하는 ‘레고블럭 맞추기’ 방식으로, 파운데이션, 컴포넌트, 탬플릿, 페이지의 구성으로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RAUSCH 컬러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다 알게 된 사실. 10년 전, 샌프란시스코 라우쉬 거리에 있던 아파트의 다인실이 에어비앤비의 최초 숙소라고 한다. 몹시 의미 있다. 대박스!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이 세션을 들었을 때의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와….정말 독하다’ 였다.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열정적이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한 완벽을 추구했던 것 같다. 내가 OK할 때까지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남들이 시안 3~5개를 보여줄 때 한유진 디자이너는 20개의 시안을, 그것도 퀄리티의 끝판왕으로 보여줬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거기에 리더와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 또 놀라웠던 점. 언어도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해외로 떠나서, 차를 사기 위해 모아둔 돈을 6개월만에 다 써버리고 통장 잔고가 0이 되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내 동료는 당장 집에 전화를 한다고 말했고, 나는 거지가 됐을 거라 말한다. 난 정말 멘붕이 왔을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통장에 돈이 줄어들고 있는 걸 보면서 쫄아 있었을까도 싶다. 아니 그 전에, 해외로 나가려면 이것 저것 걸리는 것도 많고…하면서 망설이는데 시간을 썼을 것이다.(실제로도 그랬다지) 그런데 한유진 님이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점은, 해외에서 먹을 것 못 먹고 사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동료 디자이너들이 승승장구 하는 걸 보며 자괴감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그는 런던 시간에 맞춰 일을 했다고 한다. 밤낮이 바뀐 것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 아래 관계가 분명했던 한국과는 달리, 디자인 할 때마다 “
You are the best design ever.”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해외 문화. 그리고 누구나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며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문화는 디자이너로서, 인간으로서 더 없는 긍정적 자극으로 다가오는 요소다.

의지와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걸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리더.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끈기, 오기. 삶의 멘토, 진취적인 마인드, 실행력, 그리고 신이 주신 타이밍 등, 19년 간의 디자인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보다 더 열정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들은 발표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유익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스에서 든 생각

앞자리에서 아주머니가 안절부절 하신다. 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아차 싶은 모양이다. 아유 어떡해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아유, 기사님 기사님! 나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다급한 목소리로 기사님을 계속 부르신다. 버스 기사님도 난감했는지

“아 근데 어떡하라구요.”

“나좀, 세워줘요.”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던 버스가 다시 차선을 바꾼다. 정류장에서 얼마 못 가서 아주머니는 내리신다. 문득 든 생각.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우리 어머니 또는 할머니 세대다. 세상을 살아내다 보니 점점 억새지고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몸의 감각도 둔해지고, 낯선 물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못 하고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시기. 왜 먼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걸까. 나이가 더 들면 어쩔 수 없이 깜박깜박 할 텐데, 자연스러운 현상일텐데. 그 모습이 두렵나보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텐데.

그런데 내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날이 과연 먼 앞날일지도 확신할 수 없고 또 그게 두려워지는, 얼마 남지 않은 30대다.

똑같은 어둠

소풍인 것 같다. 어릴 적 자주 갔던 큰솔밭스러운 딴세상 풍경이 어스름히 펼쳐져 있다.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보물찾기일까? 아니다. 나는 약간의 공포감에 휩싸여있다.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해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헤매고 헤매다 발길이 멈춰진 두 갈래길가운데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늙고 검은 나무의 형체. 나무는 둘레를 재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굵은 뿌리 사이로 동굴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 빨려들 것 같은 음산한 기운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우리는 서로에게 눈짓을 보낸다.

“들어가 볼까?”

같이 있던 친구들 중 몇명만이 호기심 그득히 굴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생각보다 깊고 긴 굴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한다. 몸이 점점 꽉 낀다. 도저히 빠져나가기 힘들다. 따라오던 친구들의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아..이건 시작하는 게 아니었어.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헉, 숨이 막혀 온다. 순간.

어떤 힘에 의해 내 몸은 튕겨져 나간다. 내동댕이 쳐질 만한 높이인데 내 몸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내 시선만이 느껴진다. 눈앞에 펼쳐진 무섭고 어마어마한 공간. 사찰에서 보던 붉은색 나무 기둥이 곳곳을 받치고 있다. 기둥을 양 쪽에 둔 나무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선다. 하나 둘…계단 끝의 문을 열자 한 평 남짓한 공간을 지나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다. 또 하나의 문을 마주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한다. 아까보다 더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 어둠 속에서, 푸르고 투명한 물이 한가득 차 있다. 물은 생각보다 깊은데 속은 훤히 들여다보인다. 사람들은 그 물 속이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어찌 된 일인가. 나는 그 물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물 속에서 헤엄을 치고, 물 위를 유유히 떠 다니기도 한다. 이곳이 천국일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나는 지금 신선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때였다. 물 속에서 갑자기 나는 누군가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느낀다. 얼른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물 밖으로 솟아올라 기둥 사이를 빠르게 날아 도망치며 출구를 찾는다. 역시…이번에도 나는 날 수 있다.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도망만 친다. 내가 떨어진 곳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입구인데,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다.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아 놔….

시계를 보니 이미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꿈에서 이 장소가 나오면 난 늘 대지각이다. 왜지, 왜 항상 같은 꿈을 꾸는 거지? 기묘하지만, 꿈 이야기를 쓰다 보니 너무 재미있는 밤이다.

학교에서 해본 생각

졸업 후 학교를 찾아갔다.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인지. 학교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우리들의 스무살은 그대로 간직해 주고 있었다. 학교 이곳 저곳에서 우리 반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추억들은 우리의 담소 거리가 되었다. 그때의 장면들을 하나 하나 소환 하노라면 코끝이 찡할 정도로 懐かしい하다.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교정을 산책하고 사진을 찍었다. 학교는 너무 아름다웠다. 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왜 그땐 학교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학교는 졸업해야 예쁘다”라고 오늘 친구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의 생각까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우 연락처가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톡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치 어제도 통화를 한 것처럼. 그냥 툭 하고 말을 걸어도 서로 반갑기만 하다. 우리가 언젠가는 다시 모두 모일 수 있을까? 다들 어디에서 뭘 하며 지낼까.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지금은 연락이 끊어져 버린 그들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에 놀라워 했다. 정말 진한 추억이다.

만약 타임슬립을 할 수 있다면 이 때로 돌아가 정말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 이곳에서.

달리기

참 신기하지. 어떻게 같은 선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저마다 다른 지점에 서 있는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지점에서 나름의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

나아지거나 뒤쳐진다는 생각 없이 소소하게 행복한 사람들. 오늘의 업무를 완수하고 퇴근 후를 생각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노력하지 않지만 불만이 많은 사람들. 우물 안에 갇혀서 자기가 세상 최고라 여기며 사는 캐릭터도 있다. 지금 내 나이와 연차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모습들이 보이는 듯하다. 격차의 벌어짐에 가속이 붙는 시점이다.

잘나가는 탑오브더탑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세상에 디자이너는 무수히 많다. 그들 중 매체에 소개되는 디자이너는 몇 퍼센트나 될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겠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때 조바심이 나거나 자괴감이 들거나 불안감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나.

좋은 자극을 받아서 유명 디자이너 분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소셜 매체들에게 고맙다. 다행이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은 반드시 있었다. 그걸 느낄 때마다 얼마나 나에게 고마웠는지 모른다. 길을 찾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잘했어.

지금 내가 서 있는 시점에서 나의 역할에 대한 불만족은 안팎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건 운명이 아닐까, 노력에 따른 걸까, 운도 따라주는 거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정신 못 차렸던 때도 있었던 거고, 운이 나빴을 수도 있는 거야. 순탄하게 현재를 헤쳐나면서 발전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그러니까, 더 달려 보자.

월급루팡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난 여기까지인것 같아. 그냥 얇고 길게 월급 받으면서 회사 다닐래.” 에너지 뱀파이어같은 이런 최악의 말 좀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 본다. 못된 오지랖 부리지 말고 그들은 그들 인생을 행복하게 사시기를. 난 그들에게 더 열심히 나를 발전시키는 슈퍼루키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