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끝 고생시작

장장 8개월만에 드디어, 맥을 받아냈다.

보수적인 조직 구조. 동의되지 않은 권위와 권력에 외롭게 맞서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쫄보가 되었던가. 가파른 얼음 산의 크레바스 안에 떨어져 공포심에 떨었던 나는, 아찔한 순간에 새로운 캠프지기를 만나면서 180도 뒤바뀐 삶을 살기 시작한다.

어제부로 일부 팀원들 책상에 아이맥이 놓여 있다. 감회가 새롭다. 맥 받아내느라 3년동안 고생했다고 팀원분들이 말해주는데 이렇게까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경험을 쌓으면서 회사 안에서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작업해왔는지를 알게 되어 팀 리더에게 처음으로 스케치 및 맥 지원을 이야기해보았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나에게 온 대답은 ‘개인만 생각한다’는 핀잔이었다.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졸라대는 어린애 취급을 받았다. 최고 선임으로서 팀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안 했을까?

우리같이 대형 앱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고도화하기 위해선 스케치로 만든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는 필수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포토샵CS6로 계속해서 페이지를 추가하고 추가하고, 아무리 스타일 가이드가 나와도 작업자에 따라 화면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 상황에서 두 가지를 고민했다. 하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보자 하는 것. 그런데 이 구조 속에서 이건 정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일구어낸 들 내가 얻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또다른 한가지를 고민한다. 퇴사.

새로운 캠프지기를 앞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생의 선배로 인정한다. 인정 인정. 딜레마에 빠져 퇴사를 고민할 때도 캠프지기는 앞으로 생길 많은 멋진 기회들을 만들어가자 이야기하며 적극 격려해 준다. 지금의 선배와 동료 후배들과 함께 그렇게 힘을 내고, 또 힘을 내 본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보이지 않는 위험한 틈새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