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참 신기하지. 어떻게 같은 선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저마다 다른 지점에 서 있는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지점에서 나름의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

나아지거나 뒤쳐진다는 생각 없이 소소하게 행복한 사람들. 오늘의 업무를 완수하고 퇴근 후를 생각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노력하지 않지만 불만이 많은 사람들. 우물 안에 갇혀서 자기가 세상 최고라 여기며 사는 캐릭터도 있다. 지금 내 나이와 연차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모습들이 보이는 듯하다. 격차의 벌어짐에 가속이 붙는 시점이다.

잘나가는 탑오브더탑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세상에 디자이너는 무수히 많다. 그들 중 매체에 소개되는 디자이너는 몇 퍼센트나 될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겠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때 조바심이 나거나 자괴감이 들거나 불안감에 빠져드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나.

좋은 자극을 받아서 유명 디자이너 분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소셜 매체들에게 고맙다. 다행이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은 반드시 있었다. 그걸 느낄 때마다 얼마나 나에게 고마웠는지 모른다. 길을 찾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잘했어.

지금 내가 서 있는 시점에서 나의 역할에 대한 불만족은 안팎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건 운명이 아닐까, 노력에 따른 걸까, 운도 따라주는 거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정신 못 차렸던 때도 있었던 거고, 운이 나빴을 수도 있는 거야. 순탄하게 현재를 헤쳐나면서 발전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그러니까, 더 달려 보자.

월급루팡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난 여기까지인것 같아. 그냥 얇고 길게 월급 받으면서 회사 다닐래.” 에너지 뱀파이어같은 이런 최악의 말 좀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 본다. 못된 오지랖 부리지 말고 그들은 그들 인생을 행복하게 사시기를. 난 그들에게 더 열심히 나를 발전시키는 슈퍼루키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