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고찰

내 도메인을 만든 건 2003년 겨울이었다. 그 후 여러 차례 내 사이트를 만들려는 시도를 해 왔다. 시도만. 언제나 내 사이트에 대한 계획은 창대했고 결과는 실패였고 도메인 연장 결제만을 반복했다. 액션스크립트를 배우던 시절에는 풀 플래시로 전체 페이지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14년동안 도메인을 유지하는 것도 희한하다. 그리고 시간은 참으로 잘도 흐르는 것 같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취미 생활 등 잡다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었다. 블로그란 참 좋은 것이었다. 아무 것도 만들지 않아도, 에디터에 글을 써서 발행만 하면 단정한 화면님이 나와 주시니 말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미련이나 아쉬움은 계속됐다.

요즘 블로그는 맛집, 여행, 레시피 등 정보를 알려주는 타입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자기 블로그인데도 불구하고 존대말을 써 놓는다든지, 이웃님들에게 인사말로 시작한다든지 하는, 조금은 남을 위한 페이지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곤 하니, 북리뷰를 쓰는 매체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떤 이웃이 글은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무조건 누르는 것이었다. 북리뷰를 쓰든, 일본어 공부를 하든, 니들펠트나 미싱을 하든 상관없이 그냥 ‘습관성 좋아요 시전’이었다. 심히 짜증이 났다. 사실 서평이란,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에게는 독서하고싶은 동기를 마련해 주고, 책을 읽어본 사람과는 간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글이다. 그런데 그 무성의한 좋아요는, 정성껏 올린 글이 완전히 뭉개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애초에 북리뷰를 블로그에 올린 것 부터가 문제였을지 모른다. 이웃을 맺은 것부터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기대하게 되는 듯했다. 좋아요를 받고 싶은 게 아닌데도, 의미 없는 좋아요는 싫은 거다. 특히 내가 고심해서 쓴 북리뷰. 그것만은 제대로 읽고 공감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다시 내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일단은 워드프레스 기본 테마를 이용했다. CSS수정이나 플러그인 설치를 조금씩 하면서 내 공간이 다듬어지는 것이 기쁘다. 테마 편집 기술이 늘면 또 다른 테마를 적용해볼 것이다.

그동안은 무조건 욕심을 내서 폼 나는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뭐랄까,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 일단 욕심을 버리고, 심플하게 시작한다. 지금은 이 공간을 만들어서 끄적이는 게 좋다. 글이 발행되면 전반적인 내용보다 타이틀의 서체 굵기라든가, 글이 만들어 낸 검은 선들의 모양을 보고 기쁨을 얻는 것 같다. 차근차근 더 다듬어야지.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