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걷기에서 에너지를 얻다

주말에 할 일이 많았다. 원단을 사러 동대문 시장에 갈 예정이었는데, 여행에서 쓸 카메라를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필름은 잔뜩 샀는데, 카메라가 켜지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좋은 타이밍에 딱 떠올라서 어찌나 다행인지. 천을 담을 큰 가방을 메고, 오전부터 나간다.

동대문 시장은 토요일에 두 시정도면 거의 문을 닫아서, 아침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일요일은 열지 않는다. 종로 보고사는 다행히 토요일에도 저녁 7시까지 한다고 한다. 동대문 부터 먼저 가 본다. 지하철로는 40분, 버스로 50분 정도 걸린다. 햇빛도 쬐고, 버스로 가자. 이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버스 앞 좌석에는 어린 아이와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가 이것 저것 물어보아도 엄마는 다정하게 대답해 주고 있다. 나는 뒷자리에서 책을 보다가, 밖을 쳐다보기도 하고 모녀를 보기도 했다. 따사로운 여정.

동대문 종합상가 D동에서 짜투리 원단을 샀다. 점심때가 다 되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은 아직도 손님들로 북적북적했다. 시장 전체가 북적였다고 하는 게 맞겠다. 상인들이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침 원하던 원단이 있어서 바로 구매하고, 종로로 출발. 보고사까지 걷는 20여 분 동안 눈이 즐거웠다. 원단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아저씨들, 종묘의 어르신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오직 걸으면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나는 주말 산책으로 얻었다.

카메라는 예상대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너무 오래 방치해 두었더니 배터리 방전은 기본이고 렌즈도 뿌연 데다가, 곰팡이까지 피어 있다고 했다.  이런 미안한 마음이. 이제 관리 잘 해 줄게. 그리하여 다음 주에 또 종로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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