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도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을 때 친구를 만나러 도쿄에 갔었다. 낯선 도시를 거닐던, 붉은 건물과 눈 쌓인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놀았던, 케이크를 사서 신나게 송년 파티를 했던,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시끄럽게 놀았던 일 등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곳이 나의 첫 번째 일본 여행지 도쿄였다. 몇 년 후 다시 그 친구와 함께 두 번째 여행을 했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강을 따라 내려가며 다리마다 설명을 들었던 일, 디즈니씨에 가서 놀이기구 하나를 반복적으로 타며 또 한 번 성가시게 다녀본 일,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을 타고 가며 오벤또를 사 먹었던 일. 그 후로 나는 도쿄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 다시 도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일본어를 알게 된 뒤로 도쿄는 처음이었다. 눈에 글자가 보이기 시작하니, 그동안 봐 왔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쿄를 멀리했던 건 어쩌면 내 시야가 좁았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현상 맡긴 사진을 찾아와 보니, 사진들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게 다 일 거라는 어떤 그런 편견은, 이제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십일월, 서촌

5년만에 만난 친구와 서촌에 다녀왔다. 육아로 지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했다. 서촌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좋은 곳이었다. 20년지기 친구를 만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늑한 곳곳의 분위기는 친구의 육아 스트레스와 나의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에 아주 적당했다.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편안했다.

아트북 서점. 몇 권 지를 뻔 했다.
테이블.
푸른 양귀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록도 박물관. 고통스러웠던 소록도의 키워드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잡생각은 버릴 수 있도록. 텅 빈 벽에 조명만이.

오래된 필름

묵혀 둔 필름을 현상했다. 오래돼서인가? 몹시도 희한한 컬러가 잔뜩 나왔다. 필름 현상소가 얼마 없어서 서랍에 모아 둔 채로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러다 도쿄 여행 전날, 문득 카메라가 떠올랐다.  보호 커버로 대충 싸서 보관한 미놀타 x-700과, 자리 차지만 하고 있던 필름 몇 롤. 그렇지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는데 나  오사카 여행에서 필카 썼음.
사진을 보니 적어도 7년은 된 듯하다. 필름 두 롤에 장소도 다양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일 테니까, 카메라도 방치한 지 그쯤 됐겠지. 그때 샀던 새 필름들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이제 다시 사진 찍어야지.

오사카의 어느 시장에서. 노인 분들이 바둑 비슷한 걸 두고 계시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담백해보였다.
오랜만에 사진 찍자며 만났는데, 때마침 비가 내렸다.
이것은 아마도 경복궁.
우산도 쓰고 카메라도 들고. 하지만 사진은 운치있게 나오지.
비가 내리면 이런 분위기다.
광장시장.
마약김밥을 좋아하는 그녀.
10년 전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