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공연 ‘오셀로’를 보다

덕수궁 돌담길을 몇 년 만에 걷는지.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 사촌동생과 나는 밥 대신 간단하게 와플과 커피를 사서 정동극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판소리 공연은 난생처음이다. 기대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 설렜다. 제목은 판소리 오셀로. 오셀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나가는 것이라 한다. 상상할 수가 없네.

판소리 무대라 함은 무엇인가. 스탠드 마이크가 하나 있고 옆에는 북 치는 그분의 이름이 뭐더라, 고수라고 한다. 고수의 북 장단과 추임새에 맞춰 소리꾼이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하면서 노래와 말을 하는 모습이 아니던가. 그런데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아, 나는 정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이 공연을 보러 온 것이다. 마치 뮤지컬과 같은 무대 디자인. 나는 크게 반성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고 연이어 ‘우와, 우와’를 외쳤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흘렀다. 네 명의 연주자들이 무대 뒤에 차례로 입장해 음을 맞춰본다. 두근거림은 배가 되었다.

잠시 후 소리꾼이 등장하였다. 등장 시점에서 그녀는 동양의 기생이라고 하였다. 책을 읽어주며 노래를 하는 것이 그녀의 첫 번째 역할이었다. 첫 번째 역할이라고? 그렇다. 등장인물이 여러 명일 테니 당연히 여러 명의 소리꾼이 등장해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형태로 연기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역할을 소화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두 명이 대화하는 연기를 하다가, 한 명이 독백을 하다가, 다시 기생이 되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 그렇지, 이것이 바로 판소리의 형식이었지. 각각의 역할이 너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보면 볼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판소리에 대한 편견이 싹 사라지는 공연이었다. 전통적인 것을 자꾸 없애기만 하는 한국의 현상을 줄 곳 이야기해 왔었는데, 그 속에서도 이렇게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는 모습도 있었다. 관심을 더 가져보고 싶었다. 구석 구석을 살펴보면 신세계는 충분히 맛 볼 수 있다.

소리꾼은 놀애 박인혜 님이라고 한다. 이분이 이 공연의 작창을 전부 했다. 사촌동생은 춘향가로 이 소리꾼을 처음 접했고 그 후 팬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오늘로 팬이 되었다. 정말 신기했고, 존경스러웠다. 공연이 끝나고 여운이 가시는 게 싫어서 박인혜 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공연의 여운이 또 있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이름만 들어도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공연으로 오셀로 이야기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아주 쉽고 색다른 방식으로. 오셀로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간 나는, 결국 세계문학전집 오셀로를 구매하게 되었다. 읽을지는 미지수.